우린 세계로 혼자가 아닌, 함께 갑니다.

타인의 여행기

나의 일기장★ 2010. 7. 18. 01:22 by Malon
 
대전-대천항 시내버스 여행

1. Prologue

시내버스는 적당히 불편한 교통수단이다. '적당히'라는 표현이 적당한가 싶지만 대체할 만한 적당한 표현이 마땅치 않다. 현대 과학기술의 총아인 자동차에 '불편한'이라는 형용사는 가당치 않지만 '편리한'이라는 형용사를 접붙이자니 시내버스는 어딘지 모르게 어울리지 않는 어감을 지닌 명사다.

지하철마냥 칼 같이 정시 발착은 못하나 때 되면 반드시 정류장에 멈춰서고, 에둘러 목적지로 향하나 기어이 도착은 하고야 마니 '적당히' '불편한' 교통수단이라는 표현만큼 시내버스에게 어울리는 수식어도 없을 듯 싶다.

여행은 목적지와 목적지로 향하는 여정의 결합이다. 목적지에 가중치를 둔다면 느리게 일정한 노선만 맴도는 시내버스는 적절한 이동수단이 못된다. 그러나 목적지로 향하는 여정에 가중치를 둔다면 시내버스도 나름 괜찮은 이동수단이 될 수 있다.

도로는 강을 닮아있다. 고속도로는 직강화 공사를 마친 본류의 하류를, 국도는 본류의 중상류를, 지방도는 본류의 지류를 닮았다. 본류의 하류는 유장한 흐름으로서 위엄을 갖추고 있고 중상류는 빠른 유속으로서 용맹하나 지류는 자잘한 흐름으로서 아기자기하다. 본류의 하류와 중상류, 지류 모두 각자 그 나름의 모습으로서 아름답다. 시내버스는 본류의 중상류 일부와 지류를 즐기기에 '적당히' '불편한' 교통수단이다.

2. “바다가는 시내버스 없어요?”

“왜 그런 짓을 해?”

시내버스만으로 이동해 대천항에 다녀오려 한다며 동행을 모집해보았지만 모두들 고개를 젓는다. 이번 여행은 대천항이라는 목적지가 아니라 목적지로 향하는 여정에 의미를 두고 있다는 그럴듯한 명분과 감언이설에도 소용없다. 처음 예상대로 여행은 나 홀로 여행으로 귀결됐다.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은 군 단위 지역은 시내버스도 뜸하다. 따라서 목적지로 향하는 적절한 경로와 지역별 시내버스 발착 시간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여행경로는 대전시 대덕구 비래동→유성→공주시→청양군 정산면→청양군 청양읍→보령시→대천항으로 잡혔다. 생각보다 갈아타는 횟수가 적어 순조로워 보였지만 많지 않은 차편 때문에 발착시간의 흐트러짐이 없어야 했다. 너무 이른 시간에 출발해도 곤란하다. 아침 9시에 집을 나서는 것이 가장 적당했다. 그때 출발하면 늦어도 오후 4시쯤 항구에서 생선 비린내 섞인 바닷바람을 맡을 수 있을 듯 싶었다.

3. 비래동-유성온천 (45분, 1000원)

오전 9시 32분, 비래동 가양공원 정류장에 106번 시내버스가 멈춰 섰다. 비래동과 목원대정문사이를 오가는 106번 시내버스는 고등학교, 대학, 아파트 단지, 공공기관, 유흥가를 두루 핥는 터라 오르내리는 승객들로 늘 뒤채인다. 출퇴근·등하교 시간에 따라 유동량의 차이는 있으나 전체적으로 버스 안 승객의 비율은 남녀노소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조화롭다. 늘 적당히 불편한 상황이 연출되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도시의 시내버스다.

흐린 하늘 머금은 도시의 빛깔은 회색에 가깝다. 도시의 평균적 하루는 바쁘되 진부한 일상의 연속이다. 변화하는 듯 보여도 딱히 새로울 것 없는 도시의 풍경은 ‘적당히’ ‘불편한’ 시간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유희 아닌 유희다. 무채색의 프레임을 그리다 지우기를 반복하는 차창 밖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바쁜 발걸음에 실린 표정들 상당수가 근원을 알 수 없는 권태로움과 짜증에 물들어있다. 모여 살지만 접점을 찾을 수 없어 필연적으로 남인 도시인들의 모습은 버스 안에서도 예외 없다. 가까이서 관성에 따라 더불어 흔들리되 외면 아닌 외면으로 각자 목적지로 향하는 승객들의 인연은 헐거워 불안해 보였다. 버스 바깥의 권태로움과 안의 권태로움이 다르지 않았다. 버스는 단절과 소통의 경계를 외줄타기하며 도심을 내달렸다.

   
4. 유성온천역-공주 (40분, 2700원)


오전 10시 18분, 유성온천 정류장 앞에서 106번 버스 출구가 열렸다. 유성발 공주행 5번 시내버스의 출발시간은 오전 10시 20분, 버스는 버스답지 않게 정류장에 정시 도착했다. 다음 차는 30분 뒤다. 아슬아슬했다. 파란 바탕의 대전 시내버스 사이로 쑥 끼어든 공주 시내버스의 하얀 바탕은 은근히 도발적이다. 갑자기 2.7배나 뛰어오른 승차비도 그러하다.

원색의 등산복을 걸친 아줌마부대의 걸쭉한 입담이 좌석 한 구석을 메운다. 계룡산 국립공원을 경유하는 공주행 5번 버스는 등산객들과 친하다.

도로 변으로 줄지어선 루드베키아와 금계국의 노란빛이 발랄하다. 흐린 하늘아래서 녀석들의 노란빛은 더욱 형형했다. 그 뒤로 실유카 하얀 꽃송이가 고개를 아래로 드리우며 바람에 흔들렸다.

차창 밖 야산이 눈이라도 내린 듯 밤꽃으로 하얗다. 창틈으로 유쾌하지 않은 냄새가 엄습했다. 등산객 아줌마들의 입담이 더욱 거칠어진다. 밤꽃과 친해질 마음은 없지만 미워하고 싶지도 않아 열려있던 창문을 닫았다. 에어컨에 인색한 버스 안은 장마를 예비하는 습한 공기로 끈적였지만 밤꽃 냄새보다는 견딜만했다.

마티터널을 통과한 버스는 금강변을 따라 굽이쳤다. 버스가 정지된 풍경을 가르는 것인지, 풍경이 정지된 버스를 어루만지는 것인지… 어두운 밤 보름달이 걸음을 따라 움직이듯 차창 밖 금강의 풍경역시 그러한 것만 같아 몽롱했다. 자각증상 없는 환각은 금강 변을 벗어날 때까지 계속됐다.

   
5. 공주-정산 (35분, 2200원)


오전 11시 정각, 버스가 공주 시내버스 터미널에서 멈췄다. 정산행 시내버스의 출발시간은 오전 11시 10분. 터미널은 산성시장이라는 이름을 가진 전통시장 끄트머리에 자리 잡고 있다. 시장 안 골목을 잠시 서성이던 나는 시간에 쫓겨 다시 터미널로 돌아와 버스를 기다렸다.

터미널의 풍경은 신구의 극단이다.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은 보따리를 인 노인과 교복 차림의 학생들뿐이다. 서로를 바라보며 까르르 웃는 교복 입은 소녀들의 모습과 낡은 벤치에 줄지어 앉아 무표정으로 버스 번호판을 읽는 노인들의 표정들이 보색(補色)마냥 극명하다. 새로움이 옛것을 밀어내듯 율동감 있는 소녀들의 웃음은 구석에 있어도 중심을 형성한다. 오가는 버스 번호판을 읽던 노인들의 시선이 소녀들을 향해 한참을 머문다.

산성시장은 본래 제민천 상류에 위치해 있었으나 새로운 상권의 등쌀에 못 이겨 터미널 끄트머리로 밀려 내려왔다. 새로움에 밀려난 옛것의 생존방법은 스스로 새로워지는 것뿐이다. 지난 5월 28일 충청투데이 17면 기사에 따르면 공주시는 오는 8월까지 시장 중심지에 야외공연장·전시장·판매장·분수대·주차장 등을 조성해 산성시장을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새로워진 시장이 얼마나 많은 새로운 것들로 채워질지 가늠할 수 없지만 새로워질 기회조차 없는 오래된 것들의 설자리는 사라지리란 짐작은 어렵지 않았다. 버스가 도착했다. 좌석에 앉았지만 머지않아 스러질 풍경을 담는 눈길은 오랫동안 창밖에 머문다. 터미널이 멀어지자 산이 다가온다. 자그마한 분지에 오목하게 깃든 공주의 도심은 아담해 한발만 비껴서도 밤꽃 하얀 야산이다.

6. 정산면 (시간이 멈춘 거리)

   
▲ 시골길은 투박하다 못해 거칠다. 그러나 그 곡선미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품어안은 질박한 시골사람의 마음을 닮았다. 시내버스가 가는 길들은 대부분 직선을 경계한다.
오전 11시 45분, 버스가 정산터미널에 도착했다. 다음 출발시간은 오후 1시 30분. 정산발 청양행 시내버스는 하루에 고작 6번밖에 다니지 않는 귀하신 몸이다. 남은 대기시간은 간단히 점심을 때우고 주변을 둘러보기에 적당한 양이다. 터미널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시장으로 짐작되는 상점 밀집지역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바닥을 드러낸 뱃속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거리는 바람에 부풀어 오른 지방선거 당선자 축하 현수막들로 빼곡했다.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종친회·청년회·향우회 명의의 현수막들은 대한민국에 얼마 남지 않은 씨족사회의 흔적으로 이해됐다. 투박하나 강고한 촌사람 특유의 끈끈함으로 전봇대마다 매달린 현수막들은 시장에 가까워질수록 그 밀도를 더했다.

노란색 간판 위 '정산시장'이라는 까만 글씨가 또렷했다. 그러나 시장은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듯 고요했다. 문을 닫은 상점보다 문을 연 상점을 세는 게, 돌아다니는 사람보다 현수막의 수를 세는 게 더 빠를 듯싶었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 금성사 체인점, 냉장고 월부판매, 주인을 잃은 지 오래된 가게들… 아침드라마 세트장을 연상시키는 정산시장 주변 골목과 주택가는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애잔했다. 자주달개비, 흰초롱꽃, 괭이밥, 패랭이, 바위취…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은 곳은 저 혼자 피어오르다 저무는 들꽃들의 차지다. 골목을 꺾어 들어갈 즈음 '콩국수 개시'라는 푯말하나가 바람에 흔들렸다.

시장과 달리 식당 안은 오가는 음식과 말들로 분주했다. 손님들의 가장 큰 화두는 지방선거 결과였다. 술에 취해 방향을 잃고 제각각 떠다니는 말이어도 저마다 선택의 이유는 놀라울 정도로 확고하며 균질했다. 그 말들 속에 충청도의 민심이 있었다. 듣자하니 선거에 승리한자나 패배한자나 모두 그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은 듯하다.

   
7. 정산-청양 (28분, 1700원)


오후 1시 30분, 청양행 시내버스가 정산터미널에서 주춤했다. 아이스크림을 문 학생들 여럿이 다급하게 버스에 뛰어올라 뒷자리부터 좌석을 메우기 시작했다. 출구와 가까운 중간 자리와 입구와 가까운 앞자리는 나이든 동네 어른들의 차지다. 출구와 먼 뒷자리까지 움직이는 일을 어려워하는 어른들과 선점한 자리를 굳이 내주고 싶지 않은 학생들의 암묵적 합의는 촌에서도 예외 없음을 바라보며 실소했다.

정산면을 벗어난 시내버스는 산세를 따라 엎드린 채 수없이 좌우로 흔들렸다. 칠갑산 휴게소를 스친 버스는 이후 간헐적으로 멈춰서며 뒷자리의 학생들을 털어냈다. 버스 안은 갑작스런 평균 연령의 급상승으로 차분하게 정돈됐다. 차창 밖 멀리 금강의 물을 품은 전장호의 수면이 바람에 흔들리는 수많은 물비늘로 반짝였다. 한동안 위로 가팔랐던 경사는 점차 아래로 기울며 평지에 수렴했다. 도로변으로 줄지어선 고추모양 가로등들이 버스로 와락 달려들며 청양이 청양임을 웅변했다. 빨간 가로등 표면에 난반사되는 햇빛이 매콤해 잠시 눈을 감았다. 얕지만 달콤한 졸음이 이어졌다.

   
8. 청양-보령 (48분, 2600원)


오후 1시 58분, 버스에서 하차해 만난 청양터미널은 흐린 하늘아래서 열기를 머금어 끈적댔다. 터미널 바로 앞 버스정비소는 개복수술을 받는 버스들의 메마른 엔진소리로 아우성이다. 터미널 안 가게에 들러 쭈쭈바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바깥으로 나오자 벤치에 줄지어 앉은 채 똑같은 쭈쭈바를 물고 있는 여학생 대여섯이 눈에 띄었다. 왠지 모를 어색함에 발걸음이 멈칫했다.

오후 2시 10분, 쭈쭈바를 다 빨아먹기도 전에 시내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했다. 보령행 시내버스는 오가는 사람이 많아 흔한 편이다. 버스 안은 보령으로 장보러가는 노인들로 시루짝이다. 운전기사가 에어컨을 틀었으니 창문을 닫아달라며 엑셀 페달을 밟았다. 그러나 에어컨 바람이 낯선 노인들은 반쯤 열린 차창에 기대며 대꾸하지 않았다.

버스가 서쪽으로 향하는 동안 산세는 동쪽으로 멀어져갔다. 오후 2시 38분, 도로 표지판에 처음으로 ‘대천해수욕장’이 눈에 띄었다. 표지판은 코를 대고 킁킁대면 바다냄새라도 날 듯 파랬다. 저 멀리 잦아드는 능선을 따라 풀냄새가 옅어진다. 버스는 36번국도 위를 내달리며 끊임없이 능선을 뒤로 밀어냈다.

   
▲ 시골의 버스정류장은 시간이 멈춰버린 듯 과거에 놓여있다. 변한 것은 사람들 뿐이다.
9. 보령-대천 (37분, 1200원)


오후 3시 정각, 버스에서 내린지 2분도 안 돼 보령발 대천항 방향 시내버스가 정류장에 접안했다. 시내버스를 갈아탈 때 대기시간이 짧은 것도 복이다.

버스는 대천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을 경유하며 급격한 평균연령 하락을 겪었다. 청양발 보령행 버스와 달리 대천항으로 향하는 시내버스는 젊은이들의 유치한 재잘거림으로 리드미컬하다. 누가 뭐래도 피서철 대천해수욕장은 젊은이들의 성지다.

단체로 MT를 온 듯한 20대 초중반 남녀들의 대화는 웃음이 반이다. 웃음으로 시작돼 웃음으로 끝나는 저들의 언어는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가벼워 가끔 난감하다. 웃음은 가벼워 쉽게 증발하나 슬픔은 무거워 차곡차곡 쌓이는 법이다. 아직은 무겁게 내려앉는 슬픔보다 증발하는 웃음에 익숙한 저들의 유치한 대화가 부러웠다. 앞으로 저들에게 다가올 슬픔이 웃음보다 길거나 무겁지 않기를 잠시나마 바라며 시선을 바깥으로 옮겼다. 이제는 함께 걸을 수 없는 사람과 함께 했던 풍경들이 되올 수 없는 시간들과 더불어 차창을 스쳤다. 바다가 건물과 건물사이로 숨바꼭질하듯 드문드문 모습을 드러냈다. 버스는 민박촌과 수련원을 거치며 젊은이들을 대량 방출했다. 속을 비운 버스는 민박촌을 벗어나 커브를 틀며 오르막과 내리막을 굽이쳤다.

   
10. 대천항


오후 3시 37분, 덜 마른 생선 비린내가 열기를 머금은 채 버스출구로 달려들어 항구임을 증명했다. 갈아타기만 6번, 버스에 오른 지 6시간 5분 만에 도착한 대천항은 시각보다 후각으로 강렬했다. 병어, 아귀, 가오리가 시장입구에서 꾸덕꾸덕 마르는 동안 농어, 우럭, 광어는 시장 안 플라스틱 대야 속에서 칼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물고기의 생사는 시장입구를 경계로 명확했지만 상인들과 손님들의 흥정행위는 죽어서 마른 것과 살아서 탄력 있는 것들을 구별하지 않는다. 죽은 것의 비린내와 산 것의 비린내의 종착역은 다르지 않았다. 문득 사람도 결국 그러하다는 생각이 뇌리에 미치자 소름끼쳤다. 발걸음은 얕은 두려움을 안고 바쁘게 방파제로 향했다.

   


방파제너머로 흐린 하늘과 수평선이 포개져 있었다. 바다와 하늘의 애매한 경계선에서 갈매기는 바다를 날았고 작은 어선 몇 척은 하늘을 떠다녔다. 그 모습을 조금 더 가까이 하기 위해 방파제 아래 바닷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물이 쓸려나간 모래위에서 수많은 갑오징어·키조개·피조개·개조개·굴·바지락 껍질들이 젖음과 마름을 반복하며 모래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오래전 자신들의 조상의 일부였을지도 모를 모래 속에 몸을 파묻는 자그마한 게들의 움직임이 4분의 2박자마냥 경쾌했다. 과거를 무효화하지 않는 순환구조 속에서 녀석들은 근심 없어 보였다.

모래를 벗어나 바다 가까이에 이르자 발자국 소리에 놀란 소라게 몇 마리가 굴 껍데기, 따개비 덕지덕지 붙은 바위사이로 몸을 감춘다. 아직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굴 몇 개가 바위에 가지런히 붙어있었다. 나는 가방에서 칼을 꺼내 녀석을 떼어냈다. 껍데기를 열자 작지만 탐스러운 속살이 흐린 하늘아래서 뽀얗다. 바닷물에 알맞게 절여진 속살은 입안에 머묾도 잠시, 이내 목구멍으로 미끄러졌다.

수억 년 전 바다로부터 유래했다는 원시 생명체의 유전자가 영장류로 거듭난 인간에게도 아직 희미하게 남아있는 것일까? 아가미와 꼬리의 흔적을 지닌 초기 인간의 태아는 인간보다 물고기에 가깝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느끼는 편안함은 한때 모태에서 헤엄쳤던 기억의 은유인가? 오늘도 바다는 기억할 수 없는 기억을 잊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의지처로서 멀리 있어도 아련하다.

P.S. 되돌아올 때는 너무 힘들어 고속버스를 탔다. 승차비 1만 500원에 소요시간 2시간 20분의 대천-대전간 직행버스. 시내버스보다 싸고 빠르고 시원하고 편안하다. 오가는 방법은 많지만 제대로 바다를 즐기러 떠나려면 역시 자가용이나 고속버스가 제격이다. 정진영 기자 crazyturt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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